주체106(2017)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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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지현이는 왜 죽음의 길을 택하였는가

- 남조선인터네트홈페지에 실린 글 -

 

사랑하는 어머니!

단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싶은 어머니의 그 정깊은 모습을 그려보며 이 못난 자식이 마지막 하직인사를 드립니다.

제발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가 이 편지를 눈물로 적시실 때면 저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몸 함부로 구천에 던져버리는 이 불효자로 하여 장차 어머니의 가슴속에 흘러내릴 피눈물과 하얗게 쌓여질 재를 생각하면 심장이 떨리고 손이 굳어져 한글자, 한글자를 적어나가기가 산을 떠옮기듯 힘이 들어요.

아, 보고싶은 엄마!

당장 달려가 안기고싶어도 그럴수 없는 몸, 어머니를 모시고 단란하게 살고싶었던 그 소밖한 꿈마저 접은채 죽음의 대문을 두드려야만 하는 이 아들의 원통함, 억울함을 어떻게 한두마디로 다 아뢸수 있겠습니까.

*                                 *

 

소쩍새가 슬피우는 습한 여름 밤이였다.

경기도 ㅇㅇ지역에 위치한 제ㅇ야전군 참모장의 집에서 공관병 김지현은 뭇매를 맞아 멍이 든 몸을 책상우에 겨우 세우고 피가 말짱 새여버린듯한 창백한 종이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서를 쓰려는것이였다.

(아, 어쩌면 이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하단말인가? 없어져라, 사라져라, 이 저주스러운 마귀소굴이여! 으흐흐흐!)

어데 숨어있었던지 모를 눈물이 끝모르게 평펑 쏟아져 내렸다.

지현이의 눈앞으로는 인간의 모든 권리를 빼앗기고 무지렁이와 같이 살아온 공관병생활의 지긋지긋한 하루하루가 영화의 필림처럼 풀려나갔다.

제ㅇ야전군 참모장 강상호의 공관에서 호출용 전자팔찌를 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곤역을 치러온 하루하루, 그 나날들은 참모장부부의 끊임없는 행악과 폭언, 폭행의 지겨운 반복속에 흘러간 노예로동의 긴 역사였다.

청소, 빨래, 밥짓기, 방거두기, 쓰레기줏기, 변기닦기, 채소밭가꾸기 등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심지어 참모장부부의 발도 씻어줘야 하고 같은 또래인 참모장의 아들이 깎은 발톱도 주어 버려야 했다.

어느 잘난 부자집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상호의 처 박호령은 참으로 이상하다 할 정도로 괴벽한 녀자였다. 뱁새눈에 볼은 항상 부어있었는데 언제 봐도 마뜩지 않은 인상으로 공관병들에게 갑질의 행패를 쏟아부었다.

그 녀자의 취미는 바로 끝없는 행악질에서 락을 찾는 그것이였다. 자기보다 약한자를 짓밟고 억누르고 거기서 쾌감을 맛보군 하였다. 어떤 날은 밤잠도 재우지 않고 참모장이 마실 인삼을 달이라며 들볶았고 어떤 날엔 채소를 잘 다듬지 못했다고 식칼을 빼들고 제법 무사인양 고아댔다.

《이놈아, 나물도 제대로 다듬지 못해, 뭘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는 네따위를 어디다 써야겠는지 통 모르겠구나, 밥이나 축내는 밥버러지같으니라구.》

어느 겨울날의 끔찍한 추억도 되살아난다. 너무도 손이 시리여 입김을 《호호》불며 일을 하자 건달을 부린다고 랭동기에서 얼음덩이로 굳어진 동태를 꺼내 보여주며 《동태신세가 부러워 그렇게 일을 하지, 동태가 얼마나 좋은지 느껴봐라.》하며 고추바람부는 베란다에 옷을 벗겨 2시간동안 가두어놓았던것이다. 제가 키우는 털이 부르르한 애완용 개에게는 두툼한 색비단조끼에 금목걸이까지 걸어주면서도 공관병들은 추운 겨울날 랭장고같은데서 일을 시키지 않으면 옷을 벗겨 베란다에서 벌을 서게 하였다.

가랑비 축축이 내리던 어느 마가을 저녁의 추억은 저승에 가서도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수확한 감을 제대로 말리우지 못한다고 《어떻게나 말렸기에 벌레가 꼈어, 이 바보같은것들!》이라며 쌍욕을 퍼붓더니 저녁밥을 먹은 후에까지 성이 풀리지 않는지 집옆의 감나무로 끌고가 사병들을 시켜 감나무우에 거꾸로 매달아놓기까지 하였었다. 거기에 매달려 《곶감》이 되라는것이였다.

사람이 아니였다. 공관병들을 당국에서 배분해준 《도구》쯤으로 치부하며 현대판 노예주로 둔갑한 강상호와 녀편네도 짐승이였고 그들의 폭행속에서 노예아닌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공관병들도 인간이 아닌 짐승 그대로였다.

강상호는 쩍하면 호령하군 하였다. 제 녀편네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공관병들을 최전방부대로 《류배》보낸다는것이다. 비극은 그토록 힘들고 위험하다는 최전방초소로 《류배》갔던 친구들이 저저마다 다시 공관병직무로 돌아오기 싫다고 뻗칠내기를 한다는것이였다.

군살이에서도 제일 힘들다는 최전방 구분대생활보다 몇배로 힘들고 괴롭고 섬찍섬찍한 공관병생활,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견딜수 없는 노예살이체험, 그 고역을 더는 못견디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은 얼마이고 무소불위 상관들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병들은 또 얼마이던가.

지현이와 제일 가까웠던 공관병 철훈이도 그렇게 죽었다. 참모장이 없는줄 알고 어슬한 저녁녘에 방을 청소하려 참모장방의 문을 열었다가 뜻밖에도 녀군과 붙어돌아가는 참모장을 보게 되였었다. 졸지에 당황하고 거북하여 방을 뛰쳐나온 철훈이 그날저녁 잠자리에서 지현에게 조용히 속삭였었다.

《지현, 오늘 밤이 우리 마지막일수도 있어, 강상호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전에도 여기서 근무하던 공관병이 참모장의 성추행행위를 현장에서 목격한 죄로 원인모르게 죽고말았다네. 그래서 난 이미 군인권쎈터에 참모장을 고발했어. 아마 내가 어떻게 의문사를 당한다 해도 참모장을 고발했으니 그도 무사치 못할거야. 부디 부탁인데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여길 빨리 뜨라구.…》

그러나 군인권쎈터라는것도 빈껍데기 허울에 불과한것이였다. 인명피해가 나고 고발장을 보내고 공관병들이 신소장을 보내도 강상호는 면직은 커녕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으며 의연 승진의 길을 추월하여 달렸다. 철훈이가 죽음을 앞두고 써보낸 강상호에 대한 고발장도 어느 휴지통에 처박혀 버렸는지 영 무소식이였다.

아첨과 기만의 능수인 강상호의 별이 높아질수록 호령의 행악질도 함께 더해갔고 공관병들이 당하는 수치와 모멸, 학대도 더해만갔다. 그래서 누군가의 입에서부터 먼저 나온지는 알수 없으나 공관병들속에서는 고전소설 《춘향전》에 나오는 시조의 말말말이 이렇게 《윤색》되여 옮아지고있었다.

 

금동이의 맑은 술은 공관병들의 피요

옥소반의 기름진 안주는 조리병들의 땀이라

초불눈물 떨어질 때 사병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

 

지현은 어제 억울하게 뭇매를 맞았다.

집에서 원래 쇠약하던 어머니가 몹시 앓는다는 편지가 왔었다. 늙은이의 병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빨리 와보아야 할것 같다는것이였다.

살모사가 금방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대는것만 같은 강상호부부와 마주서는것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지만 지현은 용기를 내여 강상호를 찾아갔다.

《저, …어머니가 심하게 앓아 그러는데 집에 좀 갔다가 올수 없습니까?》

《뭣이? 집에? 사내라는게 군에 왔으면 의무에 충실해야지. 언제 계집애같이 집생각이야. 간때기 크다. 시키는 일에나 극성을 부려.》

하지만 지현은 물러설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없는 그에게 어머니는 운명의 전부이고 생활의 구세주였다. 가난한 살림속에서도 지현에게만은 그늘을 주지 않고 학교에 보내려고 어머니는 앓는 몸으로 가게방을 운영하였고 가게방이 페쇄된 후에는 남의 집 잡일까지 하면서 힘겹게 생활을 운영해나갔다. 그런 어머니가 지금 아들을 그리며 죽을지도 모를 병을 앓고있는것이다.

그는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싶었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여 강상호를 찾아갔다.

《집에 갔다오면 천백배로 일을 잘하겠습니다. 어머니는 힘겨운 살림속에서도 저를 키우셨습니다. 어머니가 죽어가는데 좀 보내주십시오. 예, 제발 사정합니다.》

하지만 강상호는 요지부동이였다.

《최전방에 나가서도 그런 소릴 해봐라. 적군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를판에 앓는 에미가 네가 간다구 낫는대? 분골쇄신해서라도 적군을 괴멸시킬 생각을 해야지. 여기서 호강시켜주니까. 그것두 싫어서 군복무를 기피하려고 잔꾀를 부리는가?》

벼락이 떨어졌다. 당장 폭우라도 내릴듯한 고함소리에 이어 앙칼진 강상호녀편네의 목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지졌다.

《항상 이 핑게 저 핑게 대면서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등신같은 자식, 한번 혼쌀이 나봐야 제정신이 들겠어!》

뭇매가 안겨졌다.

《다시 집에 가겠단 소리만 해봐라, 주둥아리를 찢어놓지 않나.》

(아! 억울하구나, 정말 원통하구나. 네놈들은 아버지 어머니도 없이 돌틈에서 나온 시러베자식들이냐?)

지현의 마음속에서는 증오의 피가 설설 끓었다. 너무도 맞아 충혈진 눈에서 시퍼런 복수의 빛이 앙칼지게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나약하게 쓰러질수는 없어.》

문득 철훈의 말이 생각났다.

《지현이, 부디 부탁인데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여기를 빨리 뜨라구.》

(그래, 철훈이 난 여기를 뜨겠어. 나도 자네를 찾아가겠어. 하지만 그렇게 맥없이 죽진 않을테야, 난 항거하겠어.)

지현은 다시 글을 써나갔다.

《…

어머니, 그 어디에 하소해봐도 이 <망한민국>에서는 평범한 국민이나 사병들의 인권같은것은 관심의 대상이 못됩니다. 나는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짐승들의 무리에 가장 약한 짐승으로 태여났을뿐이였습니다.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인권>을 떠드는 위정자들이 더없이 저주스럽습니다.

나는 아무런 미련도 아수함도 없이 가렵니다. 하지만 이 가슴에 피멍을 지게 한 놈들만은 결딴내고 가겠습니다. 강상호놈이나 하나 죽인다고 이 땅이 사람사는 세상으로 될리는 만무하지만 그렇게라도 복수를 하지 않고서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것 같지 않습니다. <개>, <돼지>로 태여나 벌레보다 못하게 살아왔지만 죽을 때만이라도 내가 인간이였다는것을 보여주고싶습니다.

나는 불을 지를것입니다. 이 저주스러운 집에, 이 불의한 세상에 불을 지를것입니다.

앓는 어머니의 곁에 가보지도 못하고 먼저 가는 이 자식을 어머니,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아들 지현으로부터.》

그날밤 강상호의 집에는 거세찬 불길이 타래쳐 올랐다.

《불이야! 불이야!》 악악 웨쳐대는 강상호와 박호령의 기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지현이 이 집에서 처음으로 듣는 노예주들의 비참한 외마디 비명소리였다. 어둠을 밝히며 기세차게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지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감나무에 목을 매였다. 으슬한 가을비 내리던 마가을 밤 강상호녀편네가 《곶감》이 되라며 사병들을 시켜 거꾸로 매달았던 한많은 그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지였다.

《소쩍-소쩍-》

소쩍새는 하많은 사연을 안고 장밤 슬피도 울었다.

                                        글방촌 다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