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6(2017)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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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초불을 위하여

- 남조선인터네트신문 《자주시보》 2017년 11월 10일부에 실린 글 -

 

진실을 말하리라 웨치는 이들이 거짓으로 뿌린 투망질에

사라지는, 한낮에 밀림에서 벌어진

낯선 풍경처럼 멍하니 어둠의 거리에서 바라보았다

우리는 무수히 맨몸으로 방패에 찍히고 군화발에 짓밟히는

옛 기억의 피빛이 채 바래지지 않은 그곳에 다시 서있는 세상은 표표히

침묵으로 가라앉은것을 나는

거리에서 차안에서도 보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초불들만이 안다

우리는 성난 폭도가 아님을 리념에 굶주린 이리떼가 아님을

섣달 그믐밤 심지 끝을 곧추세우는 비닐천막속에서 그을린

제 그림자를 지우며 초불을 지키고 있는 젊은 청년의 눈빛으로도 안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아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행했던 폭력을 그곳에서 떠돈 자만이 안다

무자비한 저들의 공포속에 내 몇번인가

저승사자의 검은 사내들에 둘러싸여

젊은 남자의 사지를 붙들고 분노와 울부짖는 이들에게 보였던 명령자의

비웃음을 보았다

홀로 떠돈 초불만이 그 진실을 위해

떠도는 초불들을 비추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비추며 오늘도

어두운 거리를 떠돈다 초불이여

 

강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