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8월 22일
추천수 : 2
학교에 살아있는 일제의 기억

- 남조선신문 《한겨레》 2019년 8월 18일부에 실린 글 -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발원지인 광주제1고등학교가 오는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새로운 교가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제저항의 상징성을 지닌 학교의 교가가 친일작곡가인 리흥렬에 의해 만들어진것도 놀랍지만 일제때도 아닌 1958년에 이미 쓰던 교가를 교체한 연유 또한 리해하기 어렵다. 리흥렬은 《음악으로 <내선일체>를 실현》할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인 《경성음악협회》 등에서 친일음악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신채호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광주 광덕중, 고 또한 친일음악가인 김성태가 작곡한 교가를 지난 5월 개교기념일에 맞춰 바꿨다. 지난 7월 최초로 학생회차원에서 고등학생 일본제품불매운동을 결의한 학교답다.

서울, 광주, 전북, 전남 네곳을 한정해 살펴보니 무려 165개 학교가 친일인사에 의해 작사작곡된 교가를 쓴다. 이중 100개가 넘는 곡이 친일인사의 작곡이다. 학교를 대상으로 엄청난 다작이다. 그것도 일제때가 아닌 1950년대이후에 집중된다. 친일행적이 명백한 인사가 제국주의청산을 교육해야 할 학교의 교가를 공장에서 물건찍듯 생산한것이다. 일본군가와 《엔카풍》교가도 많다. 노래말 또한 《학도, 건아, 혼백, 용맹, 아시아동방의, 거룩한》 등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교가교체 등 일제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교육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있다.  

학교안에 일제흔적은 곳곳에서 꿋꿋하다. 《친일인사공적비》, 《카스가석등》, 군국주의가치관을 담은 《충혼탑》양식의 석물들, 심지어 일왕의 년호인 《쇼와》를 쓴 비석 등이 학교곳곳에 산재해있다. 전범기인 《욱일기》와 일본 경시청상징을 본뜬 교표를 사용하고 가이즈카향나무나 히말라야시다가 교목인 학교도 많다. 《애국조회》를 열고 교장은 《훈화》와 《회고사》를 하고, 《선도부(주번)》는 일제식생활규정에 근거하여 두발과 복장을 따진다.

교육현장곳곳에 깊숙하게 박힌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친일의 력사를 똑똑히 교육하는 일은 반일감정을 자극하자는것이 아니다. 핵심은 유산속에 기생하는 제국주의적폭력과 어떻게 결별하느냐의 문제다.

더 중요한것은 전체주의와 군국주의훈육문화자리에 인권과 민주주의와 평화교육을 앉히는 일이다. 면서기와 순사의 눈에 보이는 친일너머에서 《내선일체》, 《황국신민화》, 《대동아성전》을 앞서 이끌었던, 그래서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전쟁과 죽음으로 내몰았던자들의 과오와 책임을 묻는 일이다. 기억을 잃으면 다 잃는다. 치욕과 아픔의 력사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억상실은 곧 존재상실이다. 정신적식민주의를 넘기 위한 학교안 일제잔재청산작업은 진행형독립운동이다.

안순억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Facebook Twitter LinkedIn Google Reddit Pinterest KakaoTalk Naver  
 
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