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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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서의 삭발열풍을 보며

 

어려서 불문에 들어와 동자삭발을 한 이후로 나는 지금껏 50년넘게 삭발을 하고 살아온다. 물론 승도들중에도 머리를 기르고 사는 유발승들이 더러 있지만 삭발은 목탁, 념주, 장삼과 마찬가지로 불제자들만의 고유한 징표이라는것이 나의 생각이였다.

나의 이러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기 시작한것은 언제부터였던가. 속세의 인간들중에도 일시적이나마 삭발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것이다. 보매 무엇에 대한 항의의 목적으로 삭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승직에 관계없이 모두 삭발하는 불문과 달리 속세에서는 최하층의 서민들이 주로 삭발을 하군 하였다. 힘없고 가진것 없는 약자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극단적방도로 신체의 일부인 머리를 박박 깎아버리는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막강한 권력과 정치적수단을 가지고있는 사람들까지 삭발을 연출하여 놀랍기 그지없다. 백여석의 《국회》의석을 가지고 제1야당으로 군림하고있는 《자한당》내에서 삭발열풍이 불고있는것이다. 녀성의원들로부터 시작하여 당대표에 이어 중진의원들과 원내외 주요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저저마다 머리를 박박 깎아내고있다. 마치도 《삭발 이어달리기》가 시작된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의도에 사찰을 하나 내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껏 본적 없던 《권력자들의 삭발열풍》을 유심히 지켜보느라니 일생토록 잊혀지지 않을 삭발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4년전의 4월, 당국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철회를 요구하여 52명의 유족들이 단행한 삭발식, 그것은 정녕 보살님들을 모두 울릴만큼 애통했다. 바람부는 광화문광장에 자식들의 령혼을 찾듯 슬피도 흩날리던 유족들의 잘려진 검고 흰 머리카락들이 금시 눈앞에 얼른거리고 광장에 차넘치던 그들의 흐느낌소리가 다시금 귀전에 들려온다. 사랑하는 자식의 영정앞에서 상복을 입고 피눈물을 뿌리며 삭발을 단행하던 그들의 비통한 모습앞에 지나가던 사람들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울었었다.

대형참사의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는데 돈으로 피해자가족들을 릉욕하려는 보수《정권》에 대한 울분과 항거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모조리 자르며 그들은 이렇게 웨쳤었다.

《원통하게 죽은 우리 애들의 억울함을 밝힐수 있다면 100번이고 삭발할수 있다!》

《우리가 죽어야만 밝혀질수 있다면 죽을수도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여론의 화려한 조명앞에서 《불의에 분노한 약자》인양 얼굴표정을 다듬으며 삭발계주봉을 열심히 주고받고있는 《자한당》의 제씨들에게 묻고싶다. 4년전 《세월》호유족들을 집단적인 로숙롱성과 삭발에로 내몰았던 장본인은 누구였던가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고 슬픔에 몸부림치는 유족들을 《시체장사군》으로 모욕하던자들은 누구였던가고. 바로 당신들, 박근혜《정권》의 산파였고 주역이였고 악정의 공모자였고 부역자였던 당신들이였다.

당신들은 알고있는가. 《세월》호유족들의 삭발모습에 동정을 금치 못하던 여론이 당신들의 삭발열풍에는 어째서 비난과 조소를 퍼붓고있는지. 그것은 당신들의 삭발이 문자그대로 이리떼의 토끼흉내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속세에서의 삭발은 불쌍한 서민들이 《자한당》과 같은 기득권층을 향해 던지는 분노이고 항거이다. 그런즉 《자한당》의 삭발열풍은 본질상 집단적인 서민흉내로밖에 달리는 될수 없는것이다.

약자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연출함으로써 여론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고 저들이 내건 《조국파면》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해보자는것, 그렇게 함으로써 당국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야기시키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게 될 사법개혁의 흐름을 조기에 차단해버리자는것, 바로 이것이 《자한당》이 노리는 삭발열풍의 목적인것이다.

허나 아무리 둔갑을 해도 이리와 토끼를 분간 못할 바보는 이 세상에 없다.

악행의 근원인 삼불선근(탐욕, 분노, 무지)은 가리울수 없거늘, 《자한당》의 분장술, 연기술이 아무리 높다 해도 권력에 대한 탐욕, 초불민심에 대한 적의, 진리에 대한 무지의 악취만은 절대로 가리울수 없는것이다.

아수라는 관세음보살이 될수 없고 《자한당》은 선인이 될수 없다. 《자한당》이 있는 속세는 지옥이며 《자한당》이 없는 세상은 극락이 될것이다.

이것이 속세의 때아닌 삭발열풍을 보며 령남의 한 이름없는 로승이 하고싶은 말이다.

임웅 - 조계종 법사 -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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