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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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동심] 《욕먹을가봐》

 

며칠전 만경대구역 축전1동에 사는 언니네 집에 갔을 때였다. 집안에 들어서니 조카를 비롯해 4명이 학습반을 운영하고있었는데 나는 학습을 방해할가봐 방에 들어가지 않고 전실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카 영민이가 공부하기 싫증난것 같았다. 숙제는 하지 않고 종이장우에 무슨 짐승을 그리는가 하면 아동영화를 보겠다고까지 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조카와 마주 앉은 혜영이라는 처녀애는 전혀 달랐다. 자기 공부도 착실히 할뿐아니라 영민이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시키더니 끝내 자기 옆에 앉히고는 영민이가 못푼 문제들을 차근차근 대주기까지 하는것이였다. 영민이가 문제풀이법을 리해못하면 곱씹어가며 설명해주는 처녀애의 모습이 참 기특해보였다. 마치 친근한 누이같기도 하고 선생님같기도 한게…

이상할만큼 어른스럽고 대견해보이는 그 처녀애가 필경 학습반 반장이 아니면 영민이의 학습을 방조해주라고 분담이라도 따로 받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아래방에서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주는 처녀애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떠날줄 몰랐다. 학습이 끝난후 나는 혜영이에게 자기 공부도 하기 힘든데 어떻게 동무의 학습방조까지 그렇게 잘해주는가고, 여기 학습반 반장인가고 물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자기는 반장도 아니고 선생님으로부터 따로 과업받은것도 없다고.

내가 의아해하자 처녀애는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강영민동문 전번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선생님은 물론이고 부모님들에게서도 욕을 먹었어요. 다른 동무들보다 점수가 너무 낮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낮은 점수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요. 난 그저 영민동무가 또 욕먹을가봐 공부를 같이했습니다.》

욕먹을가봐!?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어린 처녀애가 자기 공부할것도 많겠는데 동무가 욕먹을가봐 스스로 학습방조를 해주었단 말인가. 그것도 본인보다 더 안타까와하며.

8살이면 남을 위해 자기를 바치는 고귀한 정신의 의미를 다는 알수 없을것이다. 그러니 처녀애의 행동은 동무가 욕을 먹을가봐 걱정하는 어린 학생들간의 순수한 우애심의 발현으로 봐야 하는것일가.

《욕먹을가봐》, 더없이 소박하고 진실한 그 대답에는 티 한점 묻지 않은 혜영이의 순결한 마음이 비껴있었다. 아니 그 처녀애만이 아니라 우리 학생소년들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신세계가 그대로 어려있다고 해야 할것이였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흡족해짐을 어쩔수 없었다. 나이는 비록 어려도 스스럼없이 동무를 위해주는 그 옥같은 마음들에서 내 조국의 밝고 창창한 앞날을 보는듯 싶었던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소중한것을 받아안은듯한 기쁜 마음으로 언니의 집을 나섰다.

평천구역 봉지동 주민 김옥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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