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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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동심] 4살잡이 딸애의 글공부

 

며칠전 저녁이였다.

지방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네살난 귀염둥이 외동딸을 위해 마련한 기념품들을 주려고 서둘러 가방부터 열어제꼈다.

《우리 은경이를 위해 아빠가 맛있는거랑, 새옷이랑 사왔단다.》

그런데 예전같으면 그것들을 한품에 덥석 그러안았을 딸애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별로 반기는것 같지 않았다.

《씨, 아빤 내가 글배우는것도 모르나요. 학습장이랑 연필이랑 안사오구. 엄만 사주었는데.》

예상치 않던 딸애의 볼부은 소리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옆에 있던 안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벽 한곳에 큼직이 걸려있는 《가가표》를 가리키는것이였다.

《아니, 저건?》

《글쎄 우리 은경이가 한달전부터 글을 배우겠다고 졸라대는것이 아니겠어요. 저녁마다 옆집 봄순이가 공부하는걸 보고 부러웠던 모양이예요. 이제 인차 배우게 된다고 말해주어도 막무가내였어요. 처음엔 어쩌나보자 하고 심심풀이로 배워주었는데 얼마나 잘 받아물던지…》

이러며 딸애의 등을 두드려주고난 안해가 속삭이듯 일렀다.

《아빠앞에서 그새 배운걸 한번 써보렴.》

그제야 사탕을 문것처럼 볼이 부었던 딸애의 얼굴에 방실 웃음이 피여났다.

그러더니 책상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학습장과 연필을 찾아가지고 오는것이였다. 그리고는 내앞에 난딱 꿇어앉아 잽싸게 학습장을 펴놓고 연필을 쥔 조그만 손으로 자신있게 써나가기 시작했다.

《리 – 은 – 경》

나의 눈은 점점 휘둥그래졌고 딸애도 신바람이 났다.

딸애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안해가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여보, 아직 철부지인 은경이가 우리 말을 배우겠다고 저렇게 극성을 부리는걸 보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걸음마를 떼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오빠, 언니들처럼 공부를 하겠다니 얼마나 기특해요.》

《그러게 말이요. 간식과 놀이감을 안사왔다고 한창 투정부릴 나이인데. 가만 보니 당신이 애에 대한 교양을 잘하는것 같구만.》

그런데 책에 무언가를 계속 쓰던 딸애가 불쑥 끼여드는것이였다.

《아빤 내가 엄마 말만 듣고 글 배우는 줄 아나요. 우리 선생님이 앞으로 글도 잘 쓰고 책도 잘 읽어야 아버지원수님께 기쁨 드리는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도 언니들처럼 배우는거지요 뭐.》

《그래?! 우리 은경이가 정말 용쿠나.》

제법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고 하나라도 먼저 배우기 위해 애쓰는 딸을 보니 참 놀랍고도 기뻤다. 나는 저도 모르게 딸애를 와락 부둥켜안고 그 애리애리한 앵두볼에 쪽 입을 맞춰주었다. 그것으로도 성차지 않아 애를 머리우로 닁큼 들어올리고 몇바퀴 빙그르르 돌기까지 하였다.

《정말 용쿠나. 우리 말공부를 이렇게 잘하는줄 알았으면 <민들레>학습장이랑, <해바라기>상표를 단 연필이랑 많이 사올걸. 아빠가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하마.》

《우리 아빠 제일이야!》

몇달새 몰라보게 성장한 딸애의 대견한 모습은 볼수록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전력공업성 부원 리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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