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12월 9일
추천수 : 9
《불에 타는 청와대》

 

나는 소학교 교원이다.

천진란만하고 웃음많은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어울리느라면 때로 나자신도 아이가 되는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어떤때는 아이들이 어른스러워 보이는 그런 날도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날들중의 하루이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의 울림과 함께 나는 25명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기다리는 교실로 들어섰다.

출석을 부른 다음 어제 내준 그림그리기숙제를 검열하던 나는 한 학생의 숙제장앞에서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이름은 김순남, 몹시도 장난기가 세차보이는 류달리 검은 눈동자가 《선생님, 난 오늘 틀림없이 5점입니다.》하는 배심좋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아니?》그애의 숙제장을 본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한것은 《불에 타는 청와대》라는 제목밑에 그려진 그림이 10살난 아이의 동심이 비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사회정치적문제를 담고있기때문이였다.

물론 서툴게 그리긴 하였지만 제법 착상도 새로왔다.

초불의 바다에 휩싸여 시뻘건 불덩이를 날리며 와르르 떨어져 내리는 푸른 기와들, 청와대로 형상된 커다란 집을 포위한 초불시위자들의 대오속에는 자기또래 아이들의 행렬도 있다. 그런가하면 하늘가에는 아롱다롱 빛갈 곱고 무늬고운 축포가 터져오른다.

나는 몹시 놀라왔다.

《순남학생은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나요?》

《선생님, 선생님은 어제 우리들에게 자기의 소원을 그림에 그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놀랍고 선뜻 믿기 어려웠다.

소원, 소원이란 원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도 엄마의 품에 매달려 응석을 부려야 할 철부지소년의 소원이 《불에 탄 청와대》라고 한다면 너무 놀랍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순남이의 숱많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 물었다.

《순남학생은 왜 이런 소원을 품게 됐습니까?》

그애는 그 물음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난 어제 TV화면에서 남조선의 내 또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초불시위를 벌리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TV화면을 보면서 나와 같은 어린아이들도 추운 밤에 초불시위투쟁에 나서게 한 박근혜야말로 참 나쁜 할망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난 그애들의 투쟁이 꼭 승리하면 좋겠습니다. 》

쿵 -

무엇인가 알수 없는것이 나의 마음을 세차게 쳤다.

나이에 비해 마음이 먼저 커진 순남이가 이제 더는 철부지로 생각되지 않았다.

지지해주고 싶고, 칭찬하고 싶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철부지로만 여겼던 순남이의 마음이 이렇게 커진것이 나는 정말 기뻤다.

그리고 생각도 많았다.

며칠전 TV에서 보았던 남조선의 초불바다를 순남이는 그대로 재현했을뿐아니라 청와대를 아예 불살라버리고 승리의 축포까지 쏘아올린것이다.

일개 아낙네에 불과한 최순실의 손에 놀아나 남조선인민들을 도탄에 빠뜨린 《식물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라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높이 추켜든 초불이 거대한 불바다를 이루고 청와대를 삼킬듯 노호하던 항쟁의 밤, 투쟁의 밤에서 순남이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가.

순남이는 아마도 눈앞에 그려보았을것이다. 자기또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높이든 초불의 대렬을 보며 그들의 투쟁이 승리할 날을, 그리고 자기의 통일소원이 성취될 그날도 그려보았을것이다.

어찌 이것이 어린 아이의 소원이라고만 할수 있겠는가. 이것은 북과 남 우리 겨레 모두의 절절한 념원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룩하여야 할 민족사적대업인것이다.

그렇다.

청와대는 마땅히 불살라버려야 한다. 청와대는 이제 더이상 남조선인민들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을것이며 준엄한 심판대는 인민의 이름으로 그 추한자들을 단두대에 올려세울것이다.

나는 순남이의 손을 꼭 그러쥐였다. 그리고 그의 숙제장에 크게 5점을 새겨주었다.

( 순남아, 장하다!)

평양창전소학교 교원 리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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