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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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론의 수용, 워싱톤의 딜레마

-남조선잡지 《주간동아》 3월 16일부에 실린 글-

 

2월하순 미국과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에 합의한 직후 떠오른 화두는 단연 평화협정문제이다. 

북이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를 중국이 편들었고 이에 미국이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는것이다. 

그 과정에 남조선당국의 뜻이 배제됐다는 점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측이 견지해 온 《평양이 비핵화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만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재개가 가능하다》는 태도가 흔들리고 있다는것이다. 워싱톤의 속내에 대해 《대북제재결의》협상과정에서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제스츄어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원칙주의적인 태도로는 점층하는 북의 위협을 통제할수 없다는 계산이 선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문제가 앞으로 진행될 회담의 의제로 된다 해도 이는 장기과제일뿐이다. 북이 비핵화조치를 끝내야 평화협정을 체결할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미국당국자들은 이를 론의하는 과정에서 북의 핵능력강화와 미싸일기술발전을 일단 중단시키는 단기적인 목표를 따로 설정할수 있을것이라고 말한다. 북이 미본토를 직접 타격할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실전배치하는것을 막기 위해 협상탁을 마련한다는것이 워싱톤의 진짜 속심이다. 이를테면 《평화협정론의가능》은 이를 위한 미끼이다.

로케트에 신경쓰느라 대륙간탄도미싸일을 놓쳐버렸다.

미국은 2005년 9. 19공동성명을 복원하는것을 먼 거리에 두고 2012년 2. 29합의를 되살리는것을 가까운 과제로 두려 하고있다.

이 경우 쟁점은 2. 29합의의 파기원인인 북의 로케트발사문제이다. 2. 29합의의 골자는 《북은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와 우라니움농축을 중지하는 대신 미국은 경제적지원을 해준다》는것이였다. 그러나 2012년 4월 13일 북의 《은하-3》호발사를 놓고 미국은 탄도 미싸일기술을 원용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싸일개발작업이므로 합의위반이라고 했고 북은 위성발사용 로케트이므로 합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2. 29합의는 파기로 이어지면서 북과 미국은 끝없는 대립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최근 미국내부의 론의가 변하고있다. 2월 7일 《광명성-4》호발사이후 제기되기 시작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대표적이다. 북의 위성발사를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것이다. 2월 10일 북전문웹싸이트 《38노스》에 실린 글에서는 북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싸일인 《KN-08》과 위성발사체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있다고 말한다. 위성발사를 위한 로케트와 대륙간탄도미싸일은 궤도가 다르므로 각 단의 엔진추진력구성도 다를수밖에 없다는것이다. 위성발사용으로 쓰이던 로케트에 탄두를 달면 미싸일로 쓸수는 있지만 이 경우 비행거리는 4 000~6 000㎞에 불과하여 미본토에 닿지 못한다는것이다. 차라리 북으로서는 이미 공개한 《KN-08》의 성능강화가 워싱톤을 위협할 훨씬 빠르고 경제적인 길이라는것이다.

문제는 이번 《대북제재결의》를 포함하여 그동안 미국의 대응조치가 대부분 북의 위성발사체문제에 집중되여있었다는 사실이다. 미본토에 진짜 위협이 되는 북의 《KN-08》개발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것이 미국측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2월 19일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쎈터 동아시아비확산국장은 아예 《로케트발사는 인정해주고 그 대신 발사중단을 받아내자》는 주장을 펼친다. 2012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KN-08》초기형과 달리 2015년 10월 공개된 개량형은 3단에서 2단으로 설계가 변경되는 등 높은 기술적완성도를 보이고있다는것이다.

평양은 꿰뚫어보고있다.

2월 7일 《광명성-4》호발사이후 미국측의 공식언급에서 눈에 띄우는 점의 하나는 《로케트》 또는 《위성발사체》라고만 자칭하고있다는 사실이다. 백악관과 국무성, 국방성을 막론하고 모두 마찬가지이다. 《한국정부》와 언론이 대부분 《장거리미싸일》이라고 부르는것과는 차이난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유엔결의위반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지만 정부급의 공식성명에서 로케트와 미싸일이라는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라는 원칙이 정립된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차이가 2. 29합의를 붕괴시킨 원인이였고 상황을 되돌리려면 여기에서 출발할수밖에 없다는것을 워싱톤도 알고있다는것이다.

이쯤해서 대담한 그림을 그려보자. 평화협정체결과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설정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경우이다. 이 협상탁에서 미국이 북의 인공위성발사를 《우주개발을 위한 주권적행동》으로 인정해주고 대신 《KN-08》을 비롯한 장거리미싸일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면 여기에 추가핵물질확보중단과 경제적반대급부제공을 맞교환한다면 어떨가. 평양은 그동안 인공위성발사를 국내외적으로 《우주강국》의 자부심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고 다른 국가의 위성을 위탁발사해줌으로써 외화획득을 노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해왔으므로 마다할 리유가 크지 않다. 워싱톤으로서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미본토에 대한 북의 위협을 묻어둘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그림일수 있다.

다만 남은것은 오바마행정부의 난처함이다. 《미국이 원칙에서 물러나 북의 론리를 수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지기때문이다. 경제적보상을 하여서라도 대륙간탄도미싸일개발을 중단시키자니 그동안 만들어두었던 론리와 대응방식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평화협정의제수용을 시사하면서까지 북과의 대화필요성을 검토하게 된 오바마행정부의 최근 흐름이 단순한 중국달래기용이 아니였다는것이 명확해진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싸일위협을 간과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처지의 결과물인셈이다.

3월 9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연구분야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KN-08》탄두설계도와 소형화된 핵탄두를 살펴보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평양이 미국의 곤혹스러움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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